무명기
1. 줄거리
무명기는 중국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중심 스토리는 반요(은여우 + 인간)이자 약사인 소절영과 갑자기 절영 앞에 나타난 장군 무진의 이야기입니다.
사이사이 절영을 찾는 병자들의 여러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식으로 다루죠. 그래서 무명기의 주요 등장인물은 소절영, 무진, 풍원 이렇게 세 명인데요.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소절영 (=원래 이름 소하)
여우인 엄마와 인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약사입니다. 어떤 사연때문인지 병자 중에서도 아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송부인의 증상에 집착합니다. 그녀의 남편과 함께 여러 약을 시도해 송부인의 기억을 없애는 시도를 하죠.
풍원 (=원래 이름 온휴)
첩이던 어머니가 죽자 본부인에 의해 절영에게 종으로 팔린 여아입니다. 절영은 신세가 딱해 아이를 거두었고 풍원은 약재 제조 포함 여러모로 절영의 일을 돕습니다. 그리고 절영을 짝사랑하고있어요. *ㅎ_ㅎ*
장무진 (=원래 이름 장료)
무명기에서 가장 섹시한 캐릭터!! 절영과 오래 전 전장을 함께 누빈 친우입니다. 느긋한 한량같지만 본질을 궤뚫는 말로 사람들을 서늘하게 해요. 그래서 맞기도 많이 맞음
몸이 많이 약해져 혼령 등 원래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풍원과도 티격태격하며 은근 케미가 좋습니다.
뭔가 캐릭터 디자인이 <후르츠바스켓> 시구레 느낌도 나는데, 아무튼 무명기에서 제일 매력 쩌는 캐릭터임니당. 절영과 무진. 둘의 사연은 후반부에 가서 풀리고, 초중반부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중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이야기들을 꼽아봅니다. 넘버링한 타이틀은 제가 임의로 붙인 거예요.
(1) 만아와 봉륙이야기
봉륙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만아라는 친구 겸 종이 있었고, 그 종의 할머니를 유파라 불렀습니다. 봉륙의 어머니는 봉륙이 입다 남은 옷을 만아에게 주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유파는 마님에게 너무하다며 같은 아이인데 왜 만아는 헌옷만 입어야 하냐며 따집니다.
마님은 황당해하며 도련님인 봉륙과 시종인 만아는 다르다고 말하죠. 그러자 유파는 치마폭에 만아와 봉륙을 감쌉니다.
그리고 다르다고 했으니 어디 한 번 구별해보시라며 아이들을 내보내는데요. 놀랍게도 두 아이의 모습은 쌍둥이처럼 똑같아져 누가 봉륙이고 만아인지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마님은 놀라서 도인을 몰라뵈었다고 잘못했다 사죄하며 봉륙을 다시 돌려받죠. 하지만 계속 의심이 듭니다. 과연 이 봉륙이 자기 친아들이 맞나 해서요. 자기 친아들은 사라진 유파가 만아로 위장해 데리고 간 건 아닌지 계속 의심하고 불안해합니다. 봉륙에게 계속 만아인지 봉륙인지 시험해보죠. 봉륙도 티는 안 내지만 속으로 병이 생깁니다.
절영이 이를 진찰해주고, 어쩌다 같이 따라가게된 무진은 봉륙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줍니다.
"의심이 무겁나? 그러면 아무도 자네를 몰라 의심할 수 없는 곳으로 가게. "
"..어디로..?"
"장가라도 가 버리면 되지. 분가하여 어머니와 멀어져 살게."
"저는 겨우 열 넷에 장남인데요.."
"먹을 만큼 먹었잖아? 내년쯤엔 아내를 맞고, 공부해서 관직을 얻겠다 하며 장안 같은 먼 곳으로 튀어 버려. 그리고 아주 가끔만 만나며 살게. 그리고 자를 만아라고 지어. 그러면 자네는 봉륙이자 만아가 되겠군.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아하하!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자네가 어려 잘 와닿지 않겠지만 사람은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순간순간 다른 사람이 된다. 어차피 몇 년 후의 자네는 지금의 봉륙도, 만아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 노파와 손자는 생각지 말고 병 고칠 생각이나 하게."
그리고 봉륙은 절영, 무진과 다과를 들다 유파와 만아를 발견해요. 봉륙의 눈에만 보이죠. 봉륙은 그들을 미친듯이 쫓아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합니다. 너를 낳은 혈육이 저기 있고 여기가 니 집인데 어딜 가냐며 절영은 봉륙을 쫓아오죠.
그러자 봉륙이 하는 말이 압권이에요ㅠㅠ
"사람의 기억도 피의 연결도 노파의 치마 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것만으로도 헝클어지고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헛되고 허망합니다."
"결심하였구나."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결국 유파와 만아를 따라 어딘가로 가버리죠. 무진이 이를 안 말리고 그저 밝게 웃는 절영을 보고 놀라워하자 절영이 말하죠.
"어린아이가 달고 맛있는 음식을 반기지 않았고 오랜만에 단잠을 잤는데도 기꺼워하지 않았으며 제 어미의 눈물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미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두려워 오로지 과거의 자신만을 되짚다 보니 살아있는 순간 느껴야 할 것들은 오히려 희미해져갔던가 보군.
사람이 오욕과 칠정을 없애고 천륜에마저 미련을 버리면 선인이 되어 선계로 갈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적멸을 얻은 인간은 (*적멸 : 번뇌와 생사의 괴로움을 초월한 상태) 더 이상 속계에서는 살 수 없다는 뜻이지.
천륜이 먼저 깨어지고 그로 인해 욕심과 감정마저 흐릿해져 버렸으니 영리하게 제가 있을 자리를 깨달아 찾아간 것이네.
그 어린 나이에 인연이 허황하고 부질없다 잘라 말했다. 어린 것이 이미 부서진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그리 단호히 달려간 것이 대견하고 감탄스러워 웃었다."
완결까지 읽은 뒤 봉륙의 이야기를 다시 보니 더 찌통이네요. 후반부에 어머니와 관련된 어린 절영의 과거가 밝혀지는데요. 절영은 반대되는 선택을 해서 아픔을 겪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봉륙을 대견해 했던 거 같아요.
(2) 반절 이름 이야기
풍원은 원래 이름(온휴)을 절대 말하지말란 절영의 말을 어기고, 점을 봐주는 사람에게 온휴란 원래 이름을 말했다가 귀신들이 온휴를 알아붙고 들러붙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왜 절영이 온휴에게 풍원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온휴란 이름을 쓰지 마라했냐면, 온휴란 이름을 '반절'식으로 풀이하면 '유혼'(=귀신과의 결혼)으로 읽혀서 그랬던 거였죠.
저도 이름에 기운이 들어간다 생각해 개명 생각중인지라, 이름 반절법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자세한 반절법은 검색하거나 만화로 확인해보세요.
(3) 세줄 점괘 이야기
여관에 세줄 점을 잘 봐주는 남자에게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심심풀이로 친구와 함께 왔던 남자도 세줄 점을 보게 되죠. "묵으라 할 때는 묵지 마라 / 씻으라 할 때는 씻지 마라" 등 매우 간단한 점괘를 듣지만 남자는 내심 마음에 남아 이를 지킵니다.
남자는 여관에 더 묵다 가자는 친구를 뿌리치고 길을 나섭니다. 그러다 여관에 화재가 나 친구가 죽은 소식을 듣게 돼요. 슬퍼하며 집에 도착하자 아내가 씻으라 하는데 경황이 없기도 하고, 퍼뜩 들은 점괘가 또 생각 나 안 씻고 친구의 죽음을 그 가족들에게 알려주러 나가요.
그리고 다음날 아내가 욕실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사실 아내는 다른 자와 내통 중이었고 남편이 욕실로 들어온 사이 숨어있던 불륜남이 남자를 죽이기로 했던 거였죠.
남자는 거의 실성해 계속 죽으려고 시도해보지만 마지막에도 무진이 나서 도와주는 등, 죽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런 사정을 털어놓자 무진은 점괘들을 하나하나씩 반박해나가죠. 그 여관에 묵었어도 친구를 빨리 데리고 나와 같이 살 수도 있었을 것이며, 욕실에 들어갔어도 장정인 자네가 남자 하나 못당해 죽었겠냐면서요.
그리고 정말 죽으려 했다면 다신 올라올 수 없는 절벽 밑으로 떨어지거나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길에서 목을 메거나 했음 될 일이라고요. 이에 남자는 니가 뭘 아냐며 반발하고 정말 죽으려 시도해보지만 막상 정말 죽을 상황이 되니 있는 힘을 다해 절벽 위를 올라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죠. 점괘가 앞날을 맞춘 건 맞지만 자기도 점괘에 너무 힘을 실어줬음을.
사주 보는 걸 좋아하고 어느 정도 믿게된 저인데, 이번 이야기에 퍼뜩! 정신이 들었어요. ㅋㅋ 점은 재미로 봐야하고 충분히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단 걸 명심해야 합니다.
(4) 온 이야기
생긴 건 멧돼지인데 뿔이 달렸고 양의 눈을 한 해괴한 생물입니다. 땅에 묻힌 시체의 뇌를 먹죠. 자길 발견한 사람에게 "날 잡아먹지 않으면 천하를 주겠다"며 구라를 쳐서 살려고 하지만..이를 무시한 인간이 온휴를 죽여 온휴의 간을 먹으면 기억을 점점 통째로 잃게돼요.
절영은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기억은 못하는 편이 낫다 생각하는 입장이고요. 그래서 온휴의 간으로 기억을 잃게하는 약을 만들어 송부인에게 쓰려합니다. 무진은 이에 반대하죠. 괴로운 기억도 기억이라며 자기한테 기억이 없으면 그건 자신이 아닐 거라면서요.
전 절영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기억이 곧 그 사람이란 무진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2. 결말
후반부에 가서 무진과 절영의 사연이 밝혀집니다.
(1) 복수를 위해 전쟁 준비
무진의 원래 이름은 '장료'로 친형 '장찬'과 함께 상서승 장화의 아들이었죠. 하지만 어머니가 석연치않은 죽음을 맞게 되고, 형제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을 거라 확신합니다.
아버지를 죽일 명분을 얻기 위해 형제는 북평군왕의 일을 돕기로 합니다. 그리고 무진은 우연히 절영과 만나게 되죠. 남다른 신체능력을 가진 절영이 탐나 반협박(...)하여 군의관으로 포섭, 함께 전장을 누빕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일은 성공해 아버지를 죽이는데 성공합니다.
(2) 교희에게 반하다
형제는 완벽한 복수를 위해 아버지가 아끼던 화원을 불태우려 방문하는데요. 그곳에서 아버지가 아무도 못 보게 숨겨둔 '교희'를 만납니다.
매우 가냘픈 몸짓에 천하절색인 교희에게 형제는 한눈에 반해버려요.
절영은 두 형제가 교희에게 반한 것, 그리고 교희가 교묘하게 표정을 꾸며 결정권자인 장찬에게 눈물을 흘려 말하는 걸 보고 그녀가 무슨 꿍꿍이가 있단 걸 간파하죠.
절영은 형제와 따로 만날 때마다 교희를 내보내고 화원을 없애라 충고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반한 형제는 절영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ㅎ
교희도 계속 자신의 병세를 봐주면서 띠껍게 대하는 절영에게 속내를 드러내죠. 그래 니가 생각하는 거 맞다면서. 근데 그게 뭐? 니가 뭔데 신경쓰고 참견하냐며 니가 뭘 아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옵니다.
(3) 교희의 계략
교희는 상서승에 의해 반 납치되어 왔고 (남편새끼가 팔아버림..) 다리 힘줄이 잘리고, 보복으로 자길 팔아넘긴 남편을 죽인데다 8년간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증오와 악 밖에 안 남았습니다. 거의 반 미쳐있었죠. 상서승의 아들인 형제를 교란시키며 분란을 만드는 것도 교희의 계획이었죠.
절영은 더는 관여를 못하게 됩니다. 이후 교희는 형 장찬이 없는 사이, 동생 장료(무진)를 더 적극적으로 꼬셔서 고백해 둘은 잠을 자게 됩니다. 무진은 교희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로만 알고있죠.
그리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게 됩니다. 아버지의 첩을 탐내 아버지를 죽였고 형제가 아버지의 첩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요. 이 소식을 들은 장찬은 어이가 없어하며 동생 장료를 불러내 말하는데..장료(무진)는 이게 다 사실이라 실토합니다. 교희와 마음을 확인했다면서요.
장찬은 분노하죠. 니를 믿었거늘 니가 감히 내 걸 탐내?! 라면서요. 그러자 장료는 교희는 물건이 아니라면서.. 자기가 관직에서 물러나 지방에서 교희와 함께 살겠다고 우릴 보내달라..형에게 엎드려 빌죠.
장찬은 분노해 교희를 불러 사실관계를 묻고.. 교희는 장료가 강압적으로 자신을 밀어붙였다 이간질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장료가 아버지의 첩을 건드린단 소문은 북평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죠. 전쟁 후 장료의 입지가 약해진데다 예산 부족으로 북평왕이 상대하는 나라에서 말 이만마리 아니면 장료의 머리를 원하던 터라, 북평왕은 이를 해결할겸 장료를 북방 군사로 내몹니다. 장찬도 반대하지 않아요.
(4) 사지로 내몰린 장료
이 소식을 전해듣고 소절영은 바로 궁으로 달려갑니다. 장료를 살리기 위해 북평왕의 알현을 청하지만 그는 절영을 무시하죠. 절영은 화가 나 바닥에 북평왕을 비난하는 글을 피로 쓰고 말을 빌려 장료를 태운 마차를 쫓습니다.
얼마 안 가 마차를 발견하고 화살을 쏴 그 자리에서 말과 사람들을 거진 다 죽이고 장료를 구해내는 데 성공하죠. 울면서 장료에게 말합니다. 죽더라도 내가 안 보이는 데서 죽으라면서요.
(5) 그 후 발생한 일
두 사람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집니다. 장찬은 교희를 불러 위로하죠. 그 자리에서 장료의 검집을 발견했는데 검을 뽑은 흔적이 없으니 반항을 못해 죽었을 거라면서요. 그러자 장찬의 기대(?)와 달리 교희는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얘기하죠. 그를 왜 그렇게까지 사지로 내몰았냐면서요... 사실 장료가 자길 강압한 적은 없으며 당신들을 분란시키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고, 그가 너무 보고싶다며 살려내라고요.
사실 교희는 형인 장찬이 동생인 료를 끔찍이 아끼니 설마 죽이기까지 하겠어? 그냥 직위해제 정도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일을 벌인거였어요. 그리고 장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죠. 그 마음을 늦게 깨달았습니다.
이에 개빡친 장찬은 화가 나서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부수고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교희의 몸에 술을 붓고 불을 붙입니다. 놀라서 말리러 온 시종 호정과 다른 아이를 각각 혀를 뽑고 눈을 뽑아 말을 못하게 하고 눈을 못 보게 만들죠. (ㄹㅇ 개미친넘)
(6) 둘이 다시 만나다
절영은 오랜만에 장안에 들렀다가 화원 문이 닫힌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죠. 그리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교희네 시종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후, 망신창이가 된 교희를 선계로 데려와 보살핍니다.
교희는 절영에게 사실은 무진을 좋아한 마음 등 모든 걸 털어놓죠.
이후 현재시점. 절영은 방문한 기녀를 통해 무진을 발견하고 그를 데려와 보살피게 되죠. 하지만 교희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 무진이 살아있단 걸 알기 위해서니 그녀의 목숨을 좀 더 늘리려고, 그리고 무진이 아직 무슨 마음인지 모르니 교희에게도 무진에게도 서로가 살아있다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7) 무진과 교희의 재회
절영은 교희가 밉지 않고 좋았던 기억만 난단 무진의 고백 및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 모든 게 자신의 욕심인 걸 깨닫죠. 그저 그들이 건강하게, 기억 안해도 될 일은 기억하지 말고 더 오래 살아 자신을 기억해주었음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결국 절영은 무진에게, 교희에게 서로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만나게 해줍니다. 무진은 절영에게 지금까지 고마웠다며 인사하고, 교희와 함께 말을 타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그렇게 둘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중.. 교희는 죽습니다..(너무 아름답고 너무 슬펐어요)
(8) 풍원과 절영의 재회
절영은 풍원에게 이웃 오빠 인과의 결혼을 권하며 지참금이라며 돈 있는 곳도 알려주고 갑자기 집을 떠납니다. 풍원은 절영이 그립고 화도 나고 또 그립고.. 그러면서도 그를 계속 기다리죠. 자기와 함께 혼인해 장안에 가자는 인의 청혼도 거절해요.
풍원도 이제 레벨이 쌓여서(...) 그리고 정말 혼자서 버텨야하니 자기한테 달려드는 혼령들도 귀신 쫓는 나무로 물리칩니다. 그렇게 기다린 지 3년 째..드디어 절영이 다시 집에 돌아옵니다. 이때쯤이면 풍원도 가서 없을테고, 놓고 간 약재나 물건이 없나해서 보러온 거였죠. 하지만 아직도 집에 남아 자신을 기다리고있는 풍원을 보고 깜짝 놀라요.
풍원은 울컥해서 절영에게 달려들어 따집니다. 왜 말도 없이 떠났냐고요. 이런저런 대화로 그간의 일을 나눈 뒤 풍원은 다시 한 번 확고히 말합니다. 자긴 절대 여길 떠나지 않을 거고 무조건 자기가 결혼하면 선생님이랑 할 거라면서요. 절영은 앞으로 자기 맘이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같이 살자고 하죠. 풍원은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르는 거라며 이것으로 일단은 만족합니다.
이렇게 둘도 해피엔딩!
3. 후기
워낙 명작인 만화라 결말까지 더해 얘기하다보니 길어졌네요. <무명기>의 윤지운 작가는 <시니컬 오렌지>, <눈부시도록>, <파한집> 등의 명작을 낸 작가로 유명하죠. 윤지운 작가의 작품은 입체적인 캐릭터와 치밀한 심리묘사, 섬세한 독백과 대사가 특징입니다.
저는 윤지운 작가님을 만화 <허쉬>로 처음 알게됐는데, 그림체가 <무명기>에서 정점을 찍은 것 같습니다. 선이 무척 부드러우면서 유려하고 섬세해요.
인물들 표정도 다채롭고 여자, 남자, 어린이, 노인, 중년, 아저씨, 할아버지 등 헤어만 달리 씌우면 모두 똑같은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순정만화에서 이 정도로 다채로운 캐릭터 묘사를 그림으로 해낼 수 있는 분은 얼마 안 될 것 같아요.
유려한 그림체에 섬세한 묘사와 대사가 들어가니 한 편의 고전 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만화 말미의 부록편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국의 <수신기>, 이익의 <성호사설>, <사기> 등 다양한 동양의 고전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드신 거라 너무 재밌었어요. <무명기>를 보고나니 저런 고전도 각잡고 읽고싶어지더라고요.
동양 판타지 장르 좋아하시는 분 포함해 옛날 이야기, 전쟁 무사이야기, 남녀간의 아련한 사랑이야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묻따 <무명기>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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