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火車)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졌다. 하지만 난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알던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1.정보
일본 추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감독 : 변영주
*캐스팅
장문호 : 이선균
강선영 : 김민희
김종근 : 조성하
*화차(火車) 뜻
불교 용어로, 지옥에서 죄인을 실어나르는 불 수레를 뜻한다. 현대 일본에서는 그 의미에서 유래하여, 돈 때문에 빚에 시달리며 괴로운 현실을 카샤(火車) 또는 히노구루마(火の車)라고 표현한다.
2.줄거리
개인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수의사 장문호. 병원 앞에 서 있던 선영에게 첫눈에 반한 문호는 그녀와 사귀게 된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앞두고 문호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차 안,
선영은 어머님이 좋아하는 스카프가 정말 이거 맞냐고 재차 물어보고 문호는 걱정말라며 웃는다.
그러다 휴게소에서 문호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선영은 신용카드 체납 관련 연락을 받고 굳는다.
문호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차로 돌아왔지만 선영이 없다. 다급하게 여자 화장실까지 가보지만 선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며칠 동안 문호는 폐인처럼 지내다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형 종근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점차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3.결말
선영의 본명은 차경선으로, 그녀는 과거 결혼까지 한데다 심지어 아이를 낳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떠안게 된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신체포기각서까지 쓴 뒤 인생이 막장으로 몰린다.
차경선으로 살 때 그녀가 일하던 모델하우스 직장에서 회원들의 주민번호가 적힌 개인정보를 잠깐 그녀에게 맡긴 적이 있는데, 이 자료를 훔쳐내 자기와 나이가 같은데 가족 없고 친구 없는 여자를 타깃으로 잡았던 것. 그렇게 차경선은 의도적으로 강선영에게 접근한 뒤, 친하게 지내 경계를 푼 다음 그녀의 신분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강선영에게 그런 거액의 빚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와 관련해서 자꾸 엮이다보면 곧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게 뻔하니 그 전화를 받고 그대로 사라진 거였다.
김종근은 차경선의 친구를 인터뷰하고, 친구가 준 정보를 토대로 이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곧 강선영의 시체가 발견된다. 형사의 직감으로 차경선이 강선영도 죽였을 거라 말하는 김종근. 하지만 문호는 확실한 증거 없이 그렇게 말한 종근에게 분노한다. 한편 종근은 경찰에도 이 사건을 알린 상태이며 협조를 얻어 차경선이 올만한 곳에 잠복한다.
하지만 차경선의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 문호는 이만 선영을 잊으려하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이 동물병원 단골인 '호두언니'를 언급하며, 요즘 그 언니네 집 우편물이 없어지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호두언니가 최근에 갑자기 친해진 친구와 오늘 용산역에 만나기로 했다며.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문호. 왜냐면 우편이 없어지는 수법은 차경선이 타깃을 조사할 때 쓰는 방법이기 때문.
문호는 설마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호두언니한텐 가족이나 친구가 없냐고 묻는다. 그러자 직원은 호두언니 부모님이 두분 다 돌아가셨고 친구도 거의 없단 식으로 말한다. 다급하게 문호는 직원에게 자기가 이렇게 물어본거, 용산역으로 찾아가는거 호두언니한테 절대 말하지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향한다.
한편 종근은 문호가 전화를 안 받자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고, 직원을 통해 호두언니 관련 일을 들은 뒤 같이 잠복하고 있던 경찰들에게 장소가 용산역으로 바뀌었다며 다급히 전하고 용산역으로 향한다.
먼저 고양이를 안고있는 호두언니를 발견한 문호. 다급하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 뒤를 따라간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시선을 마주친 호두언니와 차경선. 경선은 언니! 하며 밝게 인사하지만 경선의 실체를 알게된 호두언니는 경악한 표정으로 인사를 무시한채 그대로 내려간다.
어리둥절한 경선은 곧 자신을 기다리고있는 문호를 맞닥뜨린다.
종근의 추측대로 선영은 차경선이 죽인 게 맞았다. 문호는 너 왜그랬냐며 소리를 지르며 날 사랑하긴 했냐고 묻는다. 그러자 경선은 텅 빈 표정으로 "나 인간 아니야. 나 쓰레기야"라고 말하며 솔직히 문호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더는 듣기 싫단듯이 경선을 꽉 안아버리는 문호. 그리고 너 안 붙잡을테니 이대로 잡히지 말고 너로 살라고 말한다.
멍..한채 문호가 한 마지막 말을 되뇌이며 걷던 경선. 그러다 자신을 잡으러 온 종근을 마주하고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다른 경찰들까지 합세해 옥상에서 포위된다. 문호는 경선을 쫓는 경찰들을 보고 다급하게 옥상으로 올라오지만..이미 경선은 마음을 정한 상태. 아래로 떨어져 스스로 죽기를 선택한다.
4.후기
워낙 호평이 많은 작품이지만 별 기대없이 봤는데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다. "지선씨네마인드"에서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장도연, 변영주 감독과 함께 하차를 보며 차경선의 심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유튜브 영상과 댓글을 보면 장문호와 차경선의 차이를 더 잘 알 수 있다.
변영주 감독은 장문호 역을 맡은 이선균 배우에게 연기 디렉팅을 할 때, "문호가 착한 사람이어서 착한게 아니라, 힘들고 나쁜 일을 아직 겪어본 적 없어(그런 걸 몰라서) 착하게 보이는" 연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이게 문호란 캐릭터를 관통하는 테마라고 봄.
사는게 너무나 팍팍했고 나쁜 사람들에게 어릴 때부터 크게 데여 항상 불안하고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경선.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이 아닌 끝없이 휘둘리며 진창에 박히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문호의 부모님을 뵈러 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자신이 고른 선물이 어머님 취향에 맞을지 걱정했지만 문호는 웃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여기서부터 둘의 차이가 보이는 대목.
결정적인 건 결말부 장면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어서도 문호는 "날 사랑하긴 했니?"라며 정말..ㅅㅂ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법한 대사를 치며 사랑을 찾고 있다. 텅 비고 지친 경선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나봄. 심지어 그런 경선에게 "너로 살아"라고 말하다니. 말이야 좋지 ㅋ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사람까지 죽이며 다른 사람 신분으로 살아온 경선에게 "너로 살라"는 말은 참 허망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나도 사는게 힘들고 팍팍할 땐 내 연애는 커녕 사랑은 커녕 친구나 지인 연애고민도 못 들어주겠더라. 연애할 정도면 그래도 나보단 사는게 안 팍팍하고 살만하단 거니까. 그리고 내 삶이 힘들고 팍팍하면 남의 연애고민 얘기도 들을 여력이 없음..
쨌든 볼만한 영화. 근데 섬뜩하기도 하다. 가족 없고 친구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타깃이 되기 쉽다니.. 확실히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사는거같고..근데 혼자가 편하고 ㅠ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교류는 나를 위해 하는게 나을듯. 화차는 이렇듯 여러모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였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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