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로맨스
내가 쓴 로맨스 소설에 빙의했는데, 갑자기 좀비떼가 들이닥치는 서바이벌 공포물로 바뀌었다!
1. 줄거리
김희수는 자신이 쓴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 '은채린'에 빙의해 행복한 삶을 살고있다.
채린의 눈에 남자주인공 제하 외에 다른 캐릭터들은 얼굴이 안 보이고 검은색 그림자로 보인다.
어쨌든 소설 장르처럼 핑크빛 로맨스를 기다리고있는데..
그런데 갑자기
소설의 장르가 바뀌어버렸다!!
무슨 일인지 학교엔 좀비들이 대거 창궐하고, 은채린은 죽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데.
얼굴조차 보이지않는 엑스트라 캐릭터인 반 애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채린에게 마음을 연 아이들만이 얼굴이 보인다.
하지만 은채린 캐릭터가 비호감이라 반애들 대부분은 채린을 신뢰하지 않고 싫어하는 상황인데...
살아남으려면 이들과 반드시 협동해야 하는 채린. 과연 이 장르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2. 결말
X의 정체는 양미희였고 악마의 정체는 함세은이었다.
요약하자면 '진짜 은채린' 캐릭터(=검은머리 채린. 이하 검채린)가 자기가 소설속 캐릭터라는걸 알게 되고, 악마와 거래를 해서 희수와 자기 자리를 바꾼 뒤 현실세계로 나가려해서 장르가 바뀐 거였다.
근데 유제하를 사랑해서 일부러 위화감을 심어두고 유제하도 자기랑 같은 방법으로 빼내려고 했던 것.
이후 검채린 뿐 아니라 2-3반 아이들도 의지를 갖게 되며 영혼을 갖게 됨.
내내 은채린과 대적하던 검채린은 결국 은채린의 설득에 넘어가 마음을 바꾼다. 다같이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려 하는데, 제하는 그런 검채린을 찔러 죽여버림. 막판에 악마는 죽어가는 검채린한테 어떤 농을 던지고 결국 악마의 승리로 끝나는가 했는데
은채린이 머릴 굴려서 악마와 가위바위보 내기를 하게 되고 악마가 검채린한테 던졌던 말이 현실화가 되면서(제하가 검채린을 기억하게됨. 그래서 은채린보고 위화감을 느낌) + 제 4의벽이 깨지며(...) 이 소설을 보는 독자들의, 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힘을 실어주면서 은채린 포함 2-3반 아이들 다 현실세계로 나가게 됨.
3. 후기
무려 빙의물+ 좀비물+ 타임루프물+ 로맨스물+ 학원물을 섞은 웹툰이다. 그림체도 유려하니 예쁘고 좀비들을 끔찍하게 잘 그려낸다. 주인공에게 마음을 연 엑스트라만 채린에게 얼굴이 보인단 설정도 유니크하고 재밌음
처음엔 남미새라고 채린을 싫어하며 배척하던 반 아이들이 채린이에게 마음을 열면서 하나씩 얼굴이 공개되고 채린이랑 합작해서 저마다 팀을 이루고 머리 굴려 좀비에 대항할 때 뭔가 뻐렁침.. 여자들 우정 멋져..
이처럼 <살아남은 로맨스>는 여자 캐릭터들 관계성 맛집이다. 스우파 좋아하고 마리미떼 좋아하고 백합 좋아하고 아무튼 여성 서사, 관계성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재밌게 볼 수 있는 만화다.
다만 아쉬운 건 결말부..
이렇게 많이 벌려놓은 스토리를 어떻게 갈무리하려나 궁금해하며 봤거늘..아니 ㅠㅠㅠㅠ 악마 나오는 거 실화냐.. 존나 뜬금없었다. ;;; 아니 갑자기 악마라니요..ㅇㅁㅇ
이미 현실세계의 찐주인공 김희주가, 자신이 쓴 로맨스소설의 여주인공 은채린에 빙의되었고, 이야기 속에서 영혼을 얻게된 '진짜 은채린' 캐릭터가 자기 대신 김희주를 이 세계에 갇히게 하려한단 설정도 어떻게 보면 에바인데 그래 여기까진 그렇다쳐.
그런데 이에 더해 악마란 존재까지 나와서, 이야기 속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악마가 이번엔 김희주가 쓴 이야기를 골라 '진짜 은채린' 캐릭터와 내기를 해 사람을 속이고, 설득하고 쌸라쌸라 뭐 하려 했단 얘기가...
너무 '책 빙의'란 소재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려고 이것저것 끌어다 붙인 느낌이라 더 설득력 없게 느껴졌다.
로판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 결말부에서 느낀 것과 비슷함ㅋㅋㅋㅋ(여기서 악마는 안 나오지만ㅋ)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빙의 소재는 그냥 구구절절 왜 책빙의가 시작됐고,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안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설명하면 할수록 없어보이는 느낌.......쩜쩜쩜인 느낌.....애초에 책빙의란거 자체가 에바잖아? 근데 그 에바인 설정에 탄탄함을 부여하려고, 설득력을 주려고 이것저것 가져다 덧붙이면 덕지덕지 설정 과다로 무겁기만 하고 오히려 설득력을 잃는다.
이제껏 봐온 책빙의를 다룬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면 이 세계는 사실 소설 속 세계고, 자기가 빙의되었단 걸 남자주인공에게만 밝히거나 아예 안 밝히며 끝난게 제일 깔끔했다. (ex.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
그리고 악마란 존재가 저렇게 결말부에 갑툭튀한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초반부에 악마의 존재에 관해 떡밥을 뿌리든가, 악마가 나올 수 있는 장르라는 낌새를 느끼게 해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니 갑툭튀 느낌이고 뜬금없게 느껴지지..ㅜ
일본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에서 이 낌새, 떡밥 뿌리기랑 회수를 매우 잘했는데 (*해당 드라마 스포 주의) 초반부엔 그냥 단순히 덕을 쌓아 또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려는 여주인공의 타임루프 코믹물인줄 알았는데
초반부에 깔아놓은 불륜, 사람 목숨구하기 언급 및 떡밥 덕분에 후반부에 그런 소재로 결말을 이끌어간게 매우 설득력 있고 갑툭튀 느낌이 안 들었다.
근데 이 웹툰은 악마 등장도 어이없었는데 ㅋㅋㅋㅋ마지막 결말도 진짜 뭐지???싶었다. 갑자기 제4의 벽이 깨지며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의 바람도 캐릭터들에게 전해지면서..악마와의 대결에 영향을 줬다는게.. 아ㄹㅇ 에바참치 아님?
그리고 악마와의 내기에 이겨 소설 속 캐릭터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돌아온 김희주가 다시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들이 실사로 그려지는데..이것도 너무 당황스럽고 적응이 안 됐다.
웹툰 그림체 대신 극실사 사진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오우야..이건 뭐람 ...... 당혹스러웠다. 새로운 시도라면 시도인데...아니 굳이 이렇게까지 ???????
뭔가 "삶은 소중해" 이런 주제의식을 전달하려고, 제4의 벽을 깬 걸 기똥차게 이용하려고, 작가분이 이 주제에 심취해서 무리수 던진 느낌 ..............
빙의물+ 좀비물+ 루프물+ 로맨스물+ 학원물+ 여성 연대물+ 악마 등장+ 삶은 소중하단 주제(< new !) 이런 느낌이라 ㅋㅋㅋ 되게 복잡시러웠다. '빙의물+좀비물+루프물+로맨스물+학원물+여성 연대물' 딱 여기까지만 섞었을 때가 재밌었던 듯.
나같으면 악마는 등장 안 시키고 검채린 자체를 그런 롤로 등장시켰을 것 같음. 검채린에 더해 검채린까지 살릴려고 악마와 이 작품을 보는 독자 개념까지 등장시킨게..설득력도 없고 너무 무리수란 생각이 들었다.
결론 : 용두사미도 아니고 용두사악
'만화/애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웹툰 [꼬리잡기] 줄거리, 결말, 주영화 정체 (0) | 2023.10.05 |
---|---|
만화 [빨간구두의 잔상] 윤지운 단편집 (0) | 2023.09.24 |
웹툰 [다시 쓰는 연애사] 줄거리, 결말 (0) | 2023.09.17 |
만화 [시니컬오렌지] 줄거리, 결말 (0) | 2023.09.11 |
애니 [최애의 아이] 3가지 오글 포인트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