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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추리소설 [악의] 줄거리, 결말

by 루루얍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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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출처 / 교보문고

1. 줄거리

소설 <악의>는 주인공 노노구치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을 번갈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노노구치는 중학교 동창이자 유명 소설가인 히다카 구니히코의 자택을 방문합니다. 히다카는 곧 부인 리에 씨와 함께 캐나다 벤쿠버로 떠날 예정이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정원에서 어슬렁대는 이상한 여자를 봤다고 알려줍니다. 히다카는 그 여자가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는데 자신을 의심해서 그렇다며, 사실 자기가 그 고양이를 죽인 게 맞다고 말합니다.
 

 
이때 후지오 미야코가 방문합니다. 히다카는 <수렵 금지구역>이라는 소설을 썼는데요. 픽션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엔 후지오 마사야라는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후지오는 히다카와 같은 중학교 동창으로 수많은 악행을 삼은 인물이죠.
 
특히 히다카의 소설에서 창녀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단 대목도 그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거예요. 그래서 가족인 후지오 미야코가 히다카에게 줄곧 항의를 해왔던 거죠.
 

 
히다카처럼 소설가인 노노구치도 편집자와 약속이 있어 이만 히다카의 자택을 떠납니다. 노노구치는 자택에서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히다카의 연락을 받고 8시 정각에 히다카의 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온 집안이 캄캄합니다.
 
노노구치는 뭔가 이상해 호텔에 있는 리에 씨에게 연락해 그녀와 함께 히다카의 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스위치를 켰더니
 
히다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곧 도착한 수사관들 중 노노구치가 소설가가 되기 전 교사 동료였던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있습니다. 노노구치는 가가 형사에게 이 사건이 특별한 경험이라 사건 첫날부터 모든 것을 기록했다고 말합니다. 가가 형사는 그 수기를 보여달라고 부탁하는데요.
 

과연 히다카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며 그는 죽어야 했던 것일까요?

 

2. 결말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의 수기를 토대로 수사를 벌이죠. 그리고 노노구치가 범인이란 걸 알아냅니다.

노노구치 오사무가 이번 사건에 대해 수기를 쓰고 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의 일이었다. 만일 그가 범인이라면 사건의 세세한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런 글쓰기는 결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수기를 읽는 사이에 그런 생각이 완전히 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_ 「의혹」 / 92쪽에서
 
 

 
노노구치의 집 안을 수색해보니 가가 형사의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 물품 18점을 발견합니다. 거기엔 <얼음의 문>이라는 히다카가 연재 중인 소설의 연재분 뿐만 아니라 다음 편 원고도 있었습니다.

결국 노노구치는 참담한 고백을 합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고백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그 같은 경위 때문입니다. 아마도 타인에게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이만큼 긴 글을 쓰는 건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최후의 작품인 셈입니다. 
_ 「고백」 / 207쪽에서
 
자신은 히다카의 고스트 라이터였다고요. 노노구치의 작품을 히다카가 훔쳐서 세간에 발표한 겁니다. 노노구치는 이에 분노했지만 히다카가 아내 하츠미(*리에와 재혼하기 전부인) 와 노노구치가 불륜한걸 눈치챈데다 그의 살인미수 증거물도 갖고 있어서 꼼짝없이 작품을 바치게 됩니다. 그리고 하츠미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게 되죠. 노노구치는 히다카가 꾸민 짓이라 생각합니다.

사건은 이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의 오른 손을 보고 더욱 이상하단 생각을 하게되는데요. 급기야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공통점인 둘의 학창시절을 추적해나갑니다. 히다카가 썼던 소설 속의 학교폭력을 일삼던, 지금은 죽은 '후지오 마사야'를 아는 노노구치의 동창생들을수소문해 인터뷰하죠. 그렇게 동창생들의 답을 그러모은 결과...

놀라운 진실이 밝혀집니다.

진짜 결말

노노구치는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소설을 쓸 때도 워드프로세서로만 작업하는데 그의 오른손 가운데엔 글씨를 써서 생기는 굳은살이 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가가형사는 다시 조사를 하다가 이 모든 게 노노구치가 꾸민 자작극임을 알아냅니다.
 
그가 뺏겼다는 노트의 소설들은 옛날 대학 노트에다 최근에 쓴 거였죠. (그야말로 개고생 막노동;;) 이외에 히다카가 갖고 협박했다는 노노구치의 살인미수 증거와 하츠미와의 불륜 증거, 히다카가 죽였다는 고양이 사건도 다 노노구치가 꾸민 거였습니다. 

가가 형사는 침묵만 하는 노노구치에게 CD하나를 들어보입니다. 히다카는 소설 자료인 사진들을 몇 년 전부터 모두 이런 식으로 CD에 보관했습니다. 이 사진엔 후지오 마사야가 다른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할 때 노노구치가 그 여학생을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저주스런 기록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평생 감춰둬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살인의 동기였을 거라고 가가 형사는 생각하면서도 의문인 것은, 왜 지금에야 갑작스레 그 옛날의 비밀이 그토록 마음에 걸렸을까 하는 점입니다. 왜냐면 히다카가 그 사진을 입수한 것은 후지오 마사야를 실제 모델로 한 <수렵 금지구역>소설을 쓰기 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가가 형사가 이 사건에 대해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냐면 노노구치가 '사건을 기록한 수기'라며 건네준 글을 본 뒤여서 그랬던 거죠. 기록 중 얼핏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트릭이 숨어있었던 거죠. 바로 히다카가 고양이를 일부러 죽였단 얘기입니다. 가가 형사는 이것조차 노노구치가 한 짓임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트릭의 목적이 이 범행의 목적이 아닐까. 즉 노노구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히다카의 인간성을 깎아내리는 데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사건의 모든 아다리가 들어맞습니다. 자신의 저주스런 비밀을 알게된 그를 죽이고 싶을 수 있지만 어쩌면 그건 살인을 결심하게된 계기였을 뿐, 더 중요한 원인은 따로 있는 거 같다고 가가 형사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이처럼 노노구치 마음속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히다카에 대한 깊은 악의가 잠재되어있고, 그 결과 이번 사건을 일으키게 한 동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가가 형사는 생각합니다. 사실 히다카가 노노구치에게 미움을 살 만한 이유는 하나도 없었던 거죠. 훌륭한 학생이면서 노노구치에겐 은인이라 불려도 좋을 사람이었으니까요. 노노구치가 후지오 마사야와 한 패가 되어 히다카를 심하게 괴롭힌 적이 있었는데도 히다카는 노노구치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오묘해서 그런 은혜가 거꾸로 미움을 낳기도 하죠. 노노구치가 히다카에 대해 열등감을 품었을 거라고 가가 형사는 추측합니다. 심지어 성인이 된 뒤에 다시 만난 히다카에 대해 질투심도 느껴야하는 처지가 됐죠. 히다카가 먼저 작가로 성공해버렸으니까요. 히다카가 신인상을 탔단 걸 알았을 때, 노노구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가가 형사는 이때의 노노구치의 심정을 상상하면 오싹하다고 말합니다.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이번 사건의 진상입니다. 뭔가 반론이 있으십니까? 아 참,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지요. 당신이나 당신 어머님이 과거에 했던 언동에는 히다카 씨나 그 주변 지역 사람들에 대해 뭔가 편견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구석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동네에는 모종의 추한 편견이 생길 만한 근거도 전혀 없고 그런 편견이 존재했던 역사같은 것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에 당신이 히다카를 그토록 미워했던 이유 중의 하나에 어쩌면 당신 어머님이 가졌던 그런 식의, 경멸 받아야 마땅할 잘못된 선입견이 관계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확인차 말씀드리는 겁니다.

3. 후기

와 정말.. 결말을 다 읽고나서 한 편의 찐득찐득한 악의가 제 팔에 들러붙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범인이 누군지 너무 빨리 밝혀지고, 그가 왜 히다카를 죽이려했는지의 이유가 너무 뻔하고 작위적이어서 '뭐야, 재밌다고 하도 그래서 본 소설인데 그렇게까지 재미는 없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반전의 반전에 입틀막하고 보게됩니다..... 끝까지 노노구치가 왜 히다카를 죽이려했는지 그만의 정확한 이유는 그의 입을 통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과 가가 형사의 추리로 볼 때 그는 히다카가 '그냥' 싫었던 거예요. 아무리 그가 내 잘못을 알고 있어도 지켜주고 심지어 나에게 큰 도움까지 줬는데도요.

사실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를 아직 모르거나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인간이란 원래 복잡하고 미묘해서, 제가 히다카 입장에 서본 적도 있고 노노구치 입장에 서본 적도 있어서(저렇게 트릭을 세울 정도로 미워한 적은 없지만요) 읽는 내내 한기가 느껴졌던 작품입니다. 뭐가 됐든 남을 너무 증오하는 건 내 삶을 깎아먹는 일이니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죠. 그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그의 소설을 각잡고 본 것은 처음인데, 그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악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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